트럼프, 김정은 만났던 ‘카펠라’ 한국 진출 선언…아코르, IHG도 럭셔리 브랜드 잇단 출점
세계 3대 리조트로 꼽히는 ‘카펠라 호텔앤리조트(이하 카펠라)’는 현재 강남구 도산대로 인근에서 한국 고객들을 겨냥한 특별한 공간을 준비 중이다. ‘카펠라 양양 오너스 클럽’이라는 이름의 3층 규모로 조성되는 이 공간에서 건축·미술·여행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 강좌를 열 예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피에르 가니에르 파리, 플라자 아테네 등에서 실력을 쌓은 윤화영 셰프가 이끄는 레스토랑도 들어선다. 카펠라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이 카펠라의 고유 문화와 철학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이 같은 공간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호텔·리조트 기업들이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커지고 있는 한국의 럭셔리 호텔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이미 한국에 들어온 글로벌 호텔·리조트 기업들은 일찌감치 이 같은 추세를 파악하고 자사의 럭셔리 호텔 브랜드들을 한국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해외에 가야만 경험할 수 있었던 호텔 기업들도 최근 한국 진출을 선언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카펠라도 그중 한 곳이다.카펠라, 오너스 클럽 운영 돌입하며 ‘눈도장’카펠라가 내년에 강남에서 ‘카펠라 양양 오너스 클럽’을 오픈하는 이유는 2024년 강원도 양양에 ‘카펠라 양양’의 개관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특별한 공간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자사의 브랜드를 알리며 ‘눈도장’을 찍겠다는 전략이다.
카펠라는 2004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중국·발리·태국·베트남 등에서 리조트를 운영 중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대표하는 럭셔리 리조트로 꼽힌다. 우리에게는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 회의를 연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카펠라가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은 지난 7월이다.
카펠라 관계자는 “한국은 럭셔리 리조트가 정착할 수 있는 내적·외적 자원을 모두 갖춘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판단에 따라 시장 진출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한국 호텔 시장의 트렌드는 최근 들어 ‘가성비’에서 ‘럭셔리’로 빠르게 전환됐다.
한국 호텔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불과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합리적인 가격에 호캉스를 즐길 수 있는 ‘비즈니스 호텔’ 또는 특색 있는 인테리어를 앞세운 ‘부티크 호텔’이 업계의 대세였다.
해외 호텔 기업들도 이 같은 특성에 맞춰 대중적인 브랜드의 호텔을 출점해 왔다. 이런 흐름을 바꾼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다.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진 가운데 휴가철 지친 심신을 최고의 시설이나 서비스로 보상 받고자 하는 이른바 ‘럭셔리 호캉스’가 새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6성급’으로 평가받는 호텔들은 방을 구하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롯데호텔에 따르면 서울 잠실에 있는 ‘시그니엘 서울’은 연말까지 주말 예약률이 9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이 같은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번 외제 차를 타면 다시 국산 차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호텔도 마찬가지다. 럭셔리 호텔을 한 번 찾은 고곅은 계속 비슷한 등급의 호텔만 찾게 된다.” 한 대형 호텔 관계자의 말이다.한국 호텔 시장 전망도 밝아한국 호텔 시장의 전망이 밝은 점도 글로벌 호텔·리조트 기업들이 럭셔리 브랜드들을 한국에 론칭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과거에도 한국은 중국·일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 중 하나였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고 하늘길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중국과 일본 외에도 수많은 국가의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한류의 인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이 불러일으킨 한류 음악 열풍은 최근 콘텐츠 산업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선보인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 흥행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 고조되면서 관광·호텔업계가 앞으로 그 ‘특수’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펠라 역시 이를 감안해 ‘카펠라 양양’을 그룹 최초의 ‘럭셔리 웰니스 리조트’로 꾸밀 계획이다.
현재 불가리·포시즌스·벨라지오 등 럭셔리 호텔 브랜드 등의 컨설팅을 담당해 온 세계적 웰니스 컨설팅 기업 고코 호스피탤러티(GOCO Hospitality)가 참여해 카펠라 양양의 웰니스 프로그램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콜라스 클레이톤 카펠라 호텔앤리조트 최고경영자(CEO)는 “카펠라 양양을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웰니스 여행지로 자리매김하게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앰배서더와 손잡고 오랜 기간 한국에서 뿌리내려 왔던 아코르 또한 최근 들어 기존의 전략을 전환한 모습이다.
중급부터 최상급까지 40여 개의 호텔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아코르는 한국에서 ‘머큐어’, ‘이비스’ 등 가성비가 특징인 호텔들의 출점에 집중하며 외연을 확대해 왔다.
이런 아코르의 행보가 달라진 것은 올해부터다. 아코르는 올해 초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자사의 최상급 계열 중 하나인 ‘페어몬트 서울’의 문을 열었다.
샤론 코헨 페어몬트 호텔앤리조트 부사장은 페어몬트 개관 당시 서울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새로운 시장 진출 시 해당 시장이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지, 사업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지, 큰 이벤트와 기념비적인 일들을 함께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며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은 앞서 말한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9월에는 서울 잠실 시그니엘 서울 바로 옆에 또 다른 최상급 계열인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을 오픈하며 럭셔리 호텔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출점은 계속 이어진다. 아코르는 내년 서울 마포에서 또 다른 럭셔리 호텔 브랜드인 ‘엠갤러리 호텔’을 선보인다. 엠겔러리 호텔은 한강과 마주한 야외 수영장 조성과 다양한 미팅 시설 등을 갖추며 ‘럭셔리 호캉스’ 고객들을 사로잡겠다는 각오다.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룹(IHG)도 내년 서울 강남, 2023년 경기도 평택에 럭셔리 브랜드인 ‘보코’ 호텔을 연이어 개장한다. 보코 브랜드는 인터컨티넨탈, 홀리데이인 및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에 이어 넷째로 IHG가 한국에 선보이는 브랜드다.
IHG 관계자는 “보코 강남은 한국의 전통적인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담하고 독특한 디자인을 앞세워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맞서는 한국 호텔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신세계의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올해 4월 초호화 콘셉트로 꾸민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조선 팰리스)’을 선보이며 럭셔리 호텔 경쟁에 참전했다.
GS리테일이 운영 중인 파르나스 호텔 역시 이 같은 트렌드를 감안해 약 1년간의 리뉴얼을 마치고 지난해 12월 재단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