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해외 송금 서비스의 미래를 제시하다
저렴한 수수료로 안전하게 수초 만에 처리…급성장하는 아시아 송금 시장
2019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해외 송금 시장 규모는 2018년 134억 달러(약 15조5185억원)를 기록해 3년 만에 50% 넘게 증가했다. 우스갯소리로 ‘배달의 민족’이라고 불리는 한국의 음식 배달 시장이 15조원대다. 그만큼 규모가 크다.
해외 송금 시장의 규모가 커진 것은 국내 외국인 노동자와 해외 거주 유학생이 꾸준히 증가한 이유도 있지만 한국 기업들이 다국적 비즈니스 환경에 직면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이 때문에 해외 송금 시장은 수년째 블루오션으로 각광 받으며 은행뿐만 아니라 비은행권 기업까지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이는 곧 치열한 기술·서비스 경쟁을 예상하게 한다.
2020년은 더욱 주목해야 할 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한국이 가지고 있던 많은 약점들이 드러났다. 본국을 떠나 있는 송금자와 수취자들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를 비롯해 중앙화한 기존 시스템의 기술적 한계를 절감했다. 이 때문에 더욱 빠르고 안전한 해외 송금 시스템을 그 어느 때보다 원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세계적으로도 올해 디지털 결제 사용량은 15%나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 중심에 블록체인 기술이 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해외 송금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빠르게 변하고 있는 지급 결제 수단
한국의 유명 정보기술(IT) 기업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지갑을 출시하는가 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관련 기술 연구와 서비스 사업을 구축하는 등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5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은행·결제 서비스 제공 업체에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며 자체적인 블록체인 기술 기반 서비스 개발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결국 이들 업체의 최우선 과제는 중간 마찰 없이 원하는 바를 즉각적으로 제공하는 온디맨드(on demand) 서비스 실현에 있다. 저렴한 수수료로 단 몇 초 만에 해외 송금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블록체인 기술, 즉 인터레저 프로토콜(ILP)과 분산 원장 기술(DLT)이 핵심 기술이다.
대중의 소비 방식 변화도 송금 시장이 반영해야 할 핵심 포인트다.
쉬운 예로 여행객들의 결제 방식을 들 수 있다. 태국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QR코드로 물건을 구매한다고 가정해 보자. 한국 계좌에서 태국 상인의 계좌로 실시간 국제 송금이 발생하는 것이다. 현재는 해외에서 카드 사용 시 몇 단계에 걸쳐 복잡하게 결제가 이뤄진다. 만일 블록체인 기반의 송금 시스템이 보편화된다면 즉각적이면서도 안전성까지 보장된 차세대 결제 시스템으로 고객에게 전례 없는 편안함을 선사할 것이다.
세계 경제 역시 저비용·실시간 송금 흐름을 가속화하는 소액·디지털 지갑 결제 시장의 꾸준한 상승 곡선을 예견하고 있다. 보통 소액 결제는 텔레그램이나 라인 같은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에 국한돼 사용돼 왔다. 하지만 이제는 대규모 IT 기업들이 자체적인 송금 서비스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s)을 매개로 앱상에서 즉각 결제 처리 가능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관련 개발자를 더 많이 채용할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에 해외 송금 시장의 변화는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다.
중소기업들은 빠른 성장 속도에도 불구하고 해외 대형 바이어들의 송금 지연으로 현금 유동성 위기에 빠질 리스크를 안고 있다. 현재의 해외 송금 서비스는 처리 속도가 느리고 송금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송금 수수료도 중소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부 국가는 해외 송금 서비스가 없어 거래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이렇게 열악한 해외 송금 환경은 중소기업의 재정 상태와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현금 유동성에 심각한 압박을 주게 된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차세대 송금 시스템은 중소기업의 새로운 시장 진출을 앞당기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큰 금액을 한 번에 일괄 처리하는 전통적인 해외 송금 방식에서 적은 금액도 확실하게 즉각 청구하고 수취가 가능한 방식의 변화로 중소기업의 사업비 절감과 과감한 재투자 등을 이뤄준다.
개인·중소기업에 차세대 송금은 ‘혁신’
아시아에서 유입되는 디지털 자산 거래량은 80% 정도다. 아시아는 그 어떤 지역보다 시스템 혁신을 바라고 있고 개선된 송금 인프라를 필요로 한다. 이들에게 블록체인 기술은 소액 대출이나 결제·송금 등의 거래를 훨씬 더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개인과 기업 송금 시스템 발전에 박차를 가할 준비가 된 곳이라면 유동성 관련 문제나 실행 속도, 자본 비용 등을 해결해 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엄청난 기회를 잡은 셈이다.
실제 가상 자산을 활용한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송금·결제 서비스는 글로벌 금융사들과 IT 기업들이 기술적 투자와 상호 파트너 제휴에 박차를 가하며 현실화하고 있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글로벌 결제 솔루션으로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는 리플넷(RippleNet)은 스탠다드차타드·머니그램 등 300개 이상의 글로벌 고객사가 활용하고 있고 한국에도 8개 기업이 이용 중이다.
리플은 영국 중앙은행(BOE),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SAMA) 등과 같은 주요 통화 기관과도 긴밀히 협력, 블록체인 기술 평가에 도움을 주고 있다. 더 나아가 리플은 최근 테크·금융·비영리 기관과 기업 40곳 이상이 참가한 오픈 페이먼트 연합(Open Payment Coalition)의 일원으로 결제용 범용 계정 페이 ID 기술을 공개했다. 페이 ID는 모든 결제 네트워크에서 어떤 화폐든 e메일처럼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픈 표준을 기반으로 하는 페이 ID는 모든 금융회사의 송·수금 시스템에 적용될 수 있고 미래 오픈 결제 네트워크 구축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송금이 급증하는 가운데 한국 또한 최근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 통과, ‘융복합·비대면 서비스 활성화와 경쟁 촉진을 통한 외환 서비스 혁신 방안’ 발표 등 한국 금융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 자산을 활용한 핀테크 서비스의 활용 잠재성을 높이고 국경 없는 글로벌 금융 산업의 미래를 열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