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방대한 데이터와 플랫폼의 결합
‘보험 판매사’와 ‘보험사’라는 각기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보험업에 진출하는 네이버가 카카오는 사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객들의 금융 생활을 아우를 수 있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네이버는 2019년 말을 기준으로 국내에서 약 40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월 기준 네이버페이 이용자만 해도 1200만 명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카카오의 카카오톡은 현재 국내 4500만 명이 사용 중이다. 카카오페이는 이미 20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국내 보험업계는 오랫동안 보험설계사를 중심으로 한 대면 영업 중심의 영업 방식을 고수해 왔다. 문제는 ‘밀레니얼 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세대들에게 이와 같은 전통적인 대면 영업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난해 8월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밀레니얼 세대의 보험 가입’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탄생한 세대들은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데 인터넷이나 전화 등을 선호하는 비율이 각각 39.5%(20대)와 26.9%(30대)로 나타났다. 이와 비교해 40대와 50대의 선호도는 7.2%와 2.7%였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 이후 국내 보험사들은 ‘언택트(비대면)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는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향후 구체적인 사업 모델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이 향후 어떤 상품들을 취급할지 엿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모델이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인 앤트파이낸셜이다. 중국에서만 7억 명이 사용한다는 ‘알리페이’라는 막강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앤트파이낸셜 또한 간편 결제로 시작해 은행·증권으로 발을 넓혀 보험 산업에까지 진출했다.
특히 최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인터넷 보험을 활성화하는 등 큰 성과를 내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모바일 결제 애플리케이션으로 판매되는 인터넷 보험 ‘상후바오’다. 가입자가 중병에 걸리면 30만 위안(약 5000만원)을 지급하는데 일반 보험처럼 매월 보험료를 납부하는 대신 다른 회원이 질병으로 도움이 필요하면 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 가입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형태라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개인 부담 보험료가 낮아지는 특징이 있다.
오랫동안 불황을 겪고 있는 보험업이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앤트파이낸셜의 ‘상후바오’와 같은 혁신을 통해 보험을 외면하고 있는 젊은 세대를 공략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방대한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고객들의 세심한 필요와 요구에 맞춰 철저한 ‘고객 맞춤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네이버와 카카오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