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백신부터 유전자 백신까지, 진화하는 백신 기술
1796년 천연두 백신이 최초 개발…‘가짜 침입자’ 통해 면역 체계 강화
전 세계 연구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첫 성공 주자는 누가 될까. 백신 개발 선두 주자들의 임상 시험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모더나,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후보군으로 꼽힌다. 중국 기업 가운데 시노백바이오테크, 캔시노바이오로직스도 임상 3상에 들어갔다.
이들이 백신 개발을 앞당길 수 있었던 배경에는 플랫폼 기술이 있다.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임상 시험을 축약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2단계를 동시에 진행하거나 전임상 단계의 동물 챌린지 실험을 3상 이전에 완료하면 허가해 주는 식이다.
백신은 어떻게 작동하고 구분되며 선두 주자들은 어떤 플랫폼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을까.
‘왕관’처럼 생긴 코로나 바이러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80~200nm 정도의 크기로, 바이러스 입자 표면에 스파이크 단백질(S protein)을 갖는다. 가장 안쪽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인 RNA가 있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스파이크 단백질이 삐죽삐죽 돌출돼 있고 ‘왕관(corona)’처럼 보여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바이러스가 인체에서 감염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세포와 상호 접촉해야 한다.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세포의 표면에 부착해 세포 안으로 유전자를 침투시킨다. 이때 세포에 부착되는 물질을 수용체라고 한다. 스파이크 단백질과 수용체는 열쇠와 자물통과 같은 관계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2003년 유행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동일하게 ACE-2라는 단백질을 수용체로 사용한다. 그래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라고 불리기도 한다.
바이러스는 크게 세 가지의 발병 메커니즘을 갖는다. 첫째, 수용체를 통해 세포 안으로 침투해 복제·증식한다. 둘째, 우리 몸의 면역 물질인 인터페론의 대응 메커니즘을 무력화한다. 셋째,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과 같은 내부 교란을 우리 몸속에서 일으켜 정상 세포까지 죽게 한다. 그러면 성공적으로 감염을 확산시키게 된다.
백신은 일종의 가짜 침입자를 통해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인식할 수 있게 한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외부의 침입에 대응하고 이를 제거하도록 작동한다. 체내에 들어온 백신의 항원 성분들이 B세포를 자극하면 자극된 B세포에서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는 중화 항체를 만들어 몸속에 보관하게 된다.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몸속의 중화 항체가 침입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제거한다. 혹은 T세포에 의해 바이러스가 사멸되는 작동 원리를 갖는다.
즉, 백신의 첫째 기능은 열쇠로 문을 열지 못하도록 스파이크 단백질에 일종의 장갑과 족쇄를 채우는 것이다. 그것이 항체가 하는 일이다. 처음부터 세포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바이러스를 무력화(중화)시키는 게 핵심이다. 그래서 백신을 통해 방어 효능이 있는 항체, 즉 중화항체가 얼마만큼 생성됐는지가 중요한 지표가 된다. 대부분의 백신 개발 회사에선 중화항체 형성 여부를 자사의 역량으로 강조한다. 이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부작용이 있는 항체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항체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오히려 바이러스 감염을 촉진할 수 있다.
더 나은 백신은 2차 방어막을 갖는다. 초기 방어에 실패해 세포에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다른 세포로 번지지 않도록 막아 주는 것이다. 세포 감염에서 보호한다고 하의 세포성 면역(cell-mediated immunity)이라고 부른다. 현재 임상을 진행하는 코로나19 백신은 B세포에 의한 체액성 면역 반응(antibody-mediated immunity)에서만 효과를 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