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부동산 문제만큼 다른 경제 문제를 꼽는다면 어떤 게 있습니까.
“부동산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은 안 합니다. 이슈가 됐을 뿐이죠. 장기적으로 잘 먹고 잘사는 데 부동산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끝난 이후 경제가 반등해야 하는데 매우 어려울 겁니다. 그때부터 정말 위기가 시작될 것으로 봅니다. 이 정부가 국민들에게 제일 큰 죄를 지은 것은 경제 구조 개혁 문제에 대해 완전히 입을 닫아버린 겁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개혁 어젠다를 끊임없이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이 정부에선 마치 구조 개혁을 할 필요가 없는 나라라는 메시지를 줬습니다.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개혁은 어떤 겁니까.
“노동 개혁, 교육 개혁, 규제 개혁 등 이 세 가지에 대해 이 정부는 한마디도 안 하는데 60년 경제 개발 역사를 무너뜨리는 거죠. 노동은 유연성과 거꾸로 가고 있어요. 국제노동기구(ILO)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을 하려면 노동 개혁을 해야 하는데 이 얘기는 쏙 빼고 있습니다. 교육 개혁도 시급합니다. 한국이 망한다면 교육 때문에 망할 것 같습니다.”
왜 그렇다고 봅니까.
“과거 우리 교육은 전 세계 1등끼리 경쟁하면 1등을 하지는 못했지만 세계 꼴등끼리 겨루면 1등을 할 수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1등끼리 경쟁해도 꼴등, 꼴등끼리 해도 꼴등입니다. 기초 학력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하향도, 평준화도 아닌 자유낙하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명박 정부 시절 수월성 교육을 두고 교육 평등을 해친다는 논란이 있었죠. 요즘은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다양성 교육이 등장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스쿨에서 통계학을 가르칠 때 놀랐습니다. AI를 이용한 프로그램을 활용했습니다. AI가 학생들의 학업 능력 수준에 따라 가르쳤죠. 낙오한 학생이 없었습니다. AI는 기초적인 숙련에 대해 가르치고 선생님들은 창의력이나 토론 등 좀 더 고급적인 기능을 가르치는 것이 혁신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답보 상태입니다. 선생님들이 새로 익히는 것을 너무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수월성 교육이냐, 평준화 교육이냐’는 정치 논리에 빠질 게 아니라 학생 수준에 맞는 ‘다양성 교육’을 해야 합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어떻게 봅니까.
“세종시 공무원들이 길에서 보내는 시간을 없애 줘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동의합니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행정수도를 이전하려고 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 때 행정수도를 옮기겠다고 한 뒤 공공 기관을 전국에 흩뿌렸죠. 지역 균형 발전은 단 1cm라도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행정수도를 이전하려면 쇠락한 지역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수도권 집중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청사진이 나와야 합니다. 공공 기관을 지방에 보내 성과가 없었다면 생각을 바꿔 제대로 된 그림을 만들어야 하는데 10년 넘게 허송세월을 보내 놓고 지방 도시는 죽어가는 데 또다시 어떤 그림도 없이 10년도 넘은 카드를 꺼내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스마트 시대에 ‘지역에서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문화 인프라와 교육 인프라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내놓아야 합니다. 정부가 주도해 돈을 뿌리는 방식이 아니라 21세기 국토 계획이 나와야 하는 거죠. 행정수도 이전 하나 가지고 지역 균형 발전이라고 말하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서울이냐, 세종이냐 양자 선택으로 볼 문제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