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매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
와타미는 닭튀김 전문점 가라아게노텐사이(닭튀김의 천재라는 의미)를 시작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 길목에 자리 잡은 이자카야와 달리 가라아게노텐사이는 지역 상점가에 자리하고 있다. 주부와 학생으로까지 소비자층을 넓히기 위한 입지다. 7월부터 배달 서비스도 시작했다.
와타나베 사장은 “배달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약 300만 엔(약 3379만원)인 월간 손익분기점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이자카야 체인들이 업계 탈출을 서두르는 이유는 이자카야 시장이 사라진다는 자체 판단 때문이다. 요네야마 히사 다이쇼그룹 사장은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후 직장 회식이 사라질 것”이라며 “고객들의 기호도 ‘단숨에 취하겠다’는 것보다 ‘제대로 술맛을 음미하자’로 바뀌고 있어 이자카야 업태를 졸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자카야는 기본적으로 박리다매형이다. 매출이 20%만 줄어도 적자가 난다. 변신은 선택이 아니라 생사에 직결되는 문제다. 아마타로 운영사 코로와이드의 노지리 고헤이 사장은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애프터 파이브(after5 : 퇴근시간 이후)’의 생활 양식이 변했다”며 “이자카야의 매출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산(第三) 맥주의 판매량이 2004년 시판 이후 처음으로 맥주를 뒤집은 것은 소비자들의 생활 양식과 소비 패턴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신(新) 장르’라고도 불리는 다이산은 맥주의 주원료인 홉을 전혀 쓰지 않고 맥주 맛을 내는 알코올음료다. 올 상반기 알코올음료 시장에서 다이산의 비율은 49%로 8%포인트 상승해 38%로 같은 기간 8%포인트 하락한 맥주를 뛰어넘었다. 다이산업계 1위 상품인 혼기린은 16개월 연속 판매량이 증가했다.
외출 제한과 대규모 휴업으로 이자카야에 주로 납품하는 업소용 맥주 판매가 격감하면서 맥주 맛 알코올음료에 원조가 1위 자리를 빼앗기는 이변이 일어났다. 아사히·기린·삿포로·산토리 등 대형 맥주 4개사의 4~5월 업소용 맥주 매출은 80~90% 줄었다.
한 맥주회사 임원은 “업소용 맥주의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주세 제도는 맥주에 들어가는 홉의 양에 비례해 세금을 거둔다. 홉을 쓰지 않는 다이산은 가격도 싸다. 350mL짜리 맥주 1캔의 소비자 가격이 218엔(약 2455원) 전후인 반면 같은 양의 다이산은 127엔 전후로 캔당 90엔(약 1014원)의 차이가 난다. 코로나19로 경기가 급속이 냉각되고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집술’과 ‘혼술’이 늘면서 1000원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 회사인 JCB소비나우에 따르면 긴급 사태가 선언된 4월 1~15일 이자카야의 신용카드 사용 규모는 75% 감소한 반면 주류 판매점의 사용 규모는 34% 늘었다. 아사히와 기린 등 양대 맥주회사들도 다이산 신제품을 집중 투입하고 TV 광고를 대폭 늘리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의 주세법이 개정되는 10월부터 다이산의 가격은 캔당 10엔 정도 오른다. 맥주와 다이산의 주세가 같아지는 2026년 10월이면 가격 메리트는 더욱 줄어든다. 그러자 알코올 도수가 맥주보다 높고 값은 캔당 119엔에 불과한 주하이(일본 소주에 탄산음료를 섞은 술)로 수요가 몰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류업계에서는 2026년께 주하이의 판매량이 2019년보다 40% 증가해 맥주계 음료 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