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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서민 문화 상징 ‘이자카야’가 사라진다-1부 / 버블경제, 코로나19, 골든타임, 아마타로, 와타미, 니혼게이자이신문, 쓰카다농장, 치킨난반, 다이쇼그룹, 긴노쿠라, 재택근무, 와타나베미..

일본 서민 문화 상징 ‘이자카야’가 사라진다
4월 이자카야 매출 91.4% 급락, 대형 체인점들도 업종 변화로 돌파구 모색

일본 서민 문화의 상징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가 사라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의 참화 속에서도, 1990년대 버블(거품) 경제 붕괴 때도 서민들의 아지트로 변함없이 사랑받았던 이자카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에 긴급 사태를 선포한 지난 4월 1만여 곳에 달하는 일본 이자카야(비어홀 포함)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91.4% 줄었다. 일반 시민들의 외출을 제한하고 이자카야의 휴업을 유도한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충격적인 수치에 자료를 집계하는 일본푸드서비스협회는 ‘괴멸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5월 매출 역시 90% 급감했다. 긴급 사태가 해제된 6월 들어 이자카야들이 다시 문을 열었지만 매출은 2019년 6월의 39.9%에 불과했다.

 


한 달 만에 440개 이자카야 사라져

이자카야를 찾은 손님은 3월 40.1% 급감한 것을 시작으로 4월 마이너스 89.5%, 5월 마이너스 88.4%, 6월 마이너스 58.7%로 거의 증발하다시피 했다. 그날그날의 매출로 운전 자금을 충당하는 이자카야가 버텨내기에는 무리였다.

2018년 말 기준 전국의 이자카야는 1만189개였다. 올해 4월 전국의 이자카야는 단숨에 4.3% 줄었다. 코로나19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440여 개의 이자카야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7월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자 도쿄도는 8월 3일부터 31일까지 이자카야의 영업시간을 밤 10시까지로 단축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밤 10시부터 막차 시간까지는 매출이 가장 많이 오르는 ‘골든타임’이다. 이에 따라 8월 이후 문을 닫는 이자카야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몸집이 큰 이자카야 체인들이 먼저 점포 수를 줄이고 나섰다.

이자카야 체인 아마타로와 와타미는 각각 전체 점포의 10%가 넘는 196곳과 65곳의 문을 닫기로 했다. 와타나베 미키 와타미 회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 점포의 30%에 달하는 150곳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경기가 나쁘면 이자카야 수는 줄었다가 경기가 좋아지면 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이자카야는 코로나19 사태로 업종 자체가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다. 소비자들의 생활 양식이 크게 바뀌면서 눈치 빠른 이자카야 체인들부터 서둘러 이자카야업계를 떠나고 있다.

이자카야 체인 쓰카다농장 235개점을 운영하는 에이피컴퍼니는 지난 6월 도쿄 시부야에 쓰카다식당이라는 별도의 점포를 열었다. 쓰카다식당의 주력은 점심 영업이다. 산지 직송 시골 닭으로 요리한 ‘치킨난반’ 등 8개의 정식 메뉴를 제공한다.

오후 4시부터 술과 안주도 팔지만 이자카야가 아니라 정식집이라고 강조하기 위해 간판도 쓰카다농장에서 쓰카다식당으로 바꿔 달았다. 에이피컴퍼니는 아예 업종을 이자카야에서 점심 영업을 주력으로 하는 식당으로 바꿀 계획이다. 10년에 걸쳐 매년 5~10개씩의 쓰카다농장을 쓰카다식당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자카야 체인 쇼야 616개점을 운영하는 다이쇼그룹도 전체의 60%에 달하는 영업점에서 점심 영업을 시작했다. 점심시간의 객단가(1인당 평균 매입액)는 심야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도 쇼야가 점심 영업에 나선 것은 ‘퇴근길 한잔’ 수요가 사라진 반면 낮 시간대의 회복 속도가 그나마 빨라서다.

모바일 결제 정보 회사 포스타스에 따르면 6월 한 달 동안 점심시간대(오전 11~오후 2시) 고객 수는 전년 같은 기간의 67%까지 회복됐지만 저녁시간대(오후 5~10시)는 52%에 그쳤다.

이자카야 체인 긴노쿠라를 운영하는 산코마케팅푸드는 점심시간 동안 영업점을 업무 공간으로 임대한다. 재택근무 수요가 늘어나자 낮 시간대 업종을 이자카야에서 공유 오피스로 한시 전환한 셈이다. 가게의 대부분이 개별실 구조라는 특성을 활용한 마케팅이다. ‘공유 오피스 긴노쿠라’ 이용객들은 외부 음식을 가지고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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