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400m 초대형 선박, 상상력의 수평선 항해 위채 ‘돛’
세계 최대 HMM 컨테이너선 건조 현장, 삼성 거제조선소를 가다
지난 11일 방문한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태풍 장미와 장마 영향으로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비바람이 쏟아지는 가운데 버스를 통해 조선소 내부로 진입하자 거세게 쏟아지는 빗줄기와 해무 사이로 2만4000TEU급 ‘HMM 상트페테르부르크’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올 들어 앞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HMM 코펜하겐’과 현대부산신항에서 ‘HMM 알헤시라스호’ 등 두 차례 2만4000TEU 선박을 마주한 전례가 있으나, HMM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마주치는 순간 지금까지의 기억은 해무사이로 사라지고 만다. 그 어마어마한 크기와 존재감에 놀람을 넘어 경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현장속으로 가보자.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20피트(약 6미터) 컨테이너 박스 2만4000개를 한 번에 운반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박 가운데 하나다. HMM은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2만4000TEU급 선박 12척을 발주한 바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12척의 초대형 선박 중 마지막으로 인도될 선박으로, 9월11일 인도 예정이다.
선박의 길이는 약 400m, 높이는 33.2m로, 갑판의 넓이는 축구장의 4배보다 크다. 크다고 해서 느릴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최대속력은 22.5kts(41.7㎞/h)으로 상당히 빠른편이다. 또한 최신 선박인만큼 국제해사기구(IMO)의 에너지 효율 기준 대비 50% 이상 개선됐고, 향후 LNG 추진선박으로도 교체가 가능한 첨단 기술이 탑재된 것이 특징이다.
이날은 특별히 세계 최대 규모 컨테이너선에 직접 올라 내부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갑판은 물론이고 선장실과 스크러버, 엔진컨트롤룸 등을 둘러볼 수 있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선박 내부는 도장 등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바삐 움직이는 직원들작업복은 구슬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현재 선박 공정률은 약 90%정도 진행된 상황이다.
건물 10층 높이에 달한다는 갑판에 걸어 올라보니 탁 트인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건조 중인 다른 배들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여 마치 장난감 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재곤 삼성중공업 운반선 PM 파트장은 “원래는 대부분의 도장이 마무리돼야 했지만 최근 장마로 작업이 다소 더뎌졌다”며 “8월 19일 정도 되면 가구 설치 작업, 도장 작업까지 거의 대부분 완료돼 8월 23일부터 시운전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선교(브릿지, bridge)는 그야말로 최첨단 스마트 선박의 산실이었다. 이 파트장에 따르면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에는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스마트십(Smart Ship) 솔루션 인텔리맨 쉽(INTELLIMAN Ship) 시스템이 탑재돼있다.
이를 통해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육상에서 본선이 운항하는 모든 정보를 받아서 선박 이상 여부, 연료소모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육상에서 선박의 기기 상태 등을 점검할 수 있다.
또한 운항제어시스템인 ICMS(Integrated Control and Monitoring System)을 탑재해 일반 개인용 컴퓨터(PC)처럼 마우스로 선박 내 펌프 가동, 발전기 가동 등 장비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작동할 수 있다.
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