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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승승장구, 유럽, 중국 견제 나섰다.
유럽, 배터리 스타트업 집중 육성, 중국, 완성차 겨낭 ‘저가 공세’
최근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세계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국내 배터리 동맹까지 가동,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이다.
그러나 반격도 만만치않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전통적 강자들은 물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포진한 유럽에서도 배터리 주도권을 노리는 공세를 펼치며 K-배터리를 압박하고 있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신성장 산업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지원까지 업고 뛰어드는 모습이다. 올해 하반기 더욱 치열한 '배터리 각축전'이 예고된 가운데, K-배터리의 파죽지세를 저지하기 위한 다이내믹한 공조 관계가 포착되고 있다.
유럽 "늦었지만 키우자"…배터리 스타트업 육성 '총력'
프랑스의 신생 배터리 업체인 베르코어는 오는 2022년 초 양산을 목표로 현지 남부에 전기차용 리튬 이온 배터리 셀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고 있다. 생산 능력은 2022년 16기가와트시(GWh)에서 2023년 50GWh까지 늘릴 계획이며, 초기 투자 비용만 16억유로(약 2조2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르코어는 현지 에너지 관리 업체 슈나이더일렉트릭 및 부동산 투자 업체 IDEC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이 출자한 에너지 업체 EIT이노에너지 등 다수 유럽권 업체들로부터 투자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베르코어의 생산 기지 설립이 본격화 되면 현지 완성차 업체인 르노와의 배터리 공급 계약도 검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프랑스의 또 다른 자동차 업체인 푸조는 2030년까지 50억유로(약 6조9800억원)를 들여 프랑스와 독일에 각각 24GWh 규모의 자체 배터리 생산 설비를 건설, 연간 48GWh 용량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양산할 방침이다.
앞서 프랑스·독일 정부는 지난해 EU 집행위원회에 푸조·BMW 등 현지 완성차 업체들이 참여하는 2차 전지 셀 개발 사업에 국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승인을 요청한 바 있다.
영국의 배터리 스타트업 브리티시볼트는 사우스웨일스 브로타탄 지역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기 위해 해당 지역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 30GWh 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이 들어서는 것은 첫 사례로, 이르면 내년에 착공해 2023년 생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다만 브리티시볼트의 경우 자체적인 배터리 제조 기술이 아직 없으므로, 일단 다른 업체들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은 기술로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현지 매체 가디언은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증가하는 전기차 수요 및 친환경 관련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배터리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까지 영국 내 대형 배터리 공장이 부재하다는 점은 영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최근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독일의 소형 배터리 전문 업체 바르타 역시 정부 지원을 업고 기술 확보에 나선다. 바르타가 전기차 배터리 셀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조달 받는 자금은 3억유로(약 4200억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헤르베르트 샤인 바르타 최고경영자(CEO)는 "아시아 업체들의 배터리만 공수해 온 완성차 업체들과도 파트너십을 맺을 의향이 있다"면서, 현 배터리 시장 구도에 대해 정면적인 도전 의식을 내비치기도 했다.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에 따라 규모를 키워 가는 배터리사도 있다. 스웨덴 노스볼트는 지난 2019년 9월 독일 폭스바겐과 합작사를 설립, EU의 지원 아래 독일 잘츠기터에 16GWh 규모의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의 합작 공장은 2023년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폭스바겐은 리튬 이온 배터리의 대량 생산을 위해 해당 공장에 약 1조2000억원을 투자했으며, 배터리 팩 제조사인 노스볼트가 향후 배터리 셀까지 생산 영역을 확대하도록 키울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유럽? 맞수 되려면 멀었다"
국내 업계는 아직 여유롭다. 유럽의 군소 배터리 업체들이 올해 하반기나 내년 등 비교적 가까운 시일 내 마주하게 될 '당장'의 위협은 아니라는 평가다.
신생이거나 중소 규모라는 점에서 기술 격차가 클 뿐더러, 배터리 캐파(생산 능력) 확보와 공장 가동률 안정화에 앞으로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그 기간(신생 배터리 업체들이 본격적인 생산을 이루기까지의 시간) 시장을 선점한 기업들이 남은 파이를 차지하면서 더 유리해질 것"이라 분석하기도 했다.
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