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 세종시 집값만 불렸다
"산업인프라, 여전히 서울 집중 / 세종, 서울 집값 따로 갈 것"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이 급물살을 탄 이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언급됐던 그린벨트 해제 논의가 서초와 강남 지역의 호가 상승만을 유발하고 잦아든 가운데, 이번에는 택지개발과 용적률 상향이 대안으로 언급되면서 시장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행정수도 이전을 통해 집값을 잡겠다는 방안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직주근접과 교통망 등 각종 인프라가 성루에 집중돼 실효성까지도 지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이 신뢰만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집값 잡는다고 수도 이전 카드까지··세종 호가만 억대 상승
행정수도의 세종시로 이전이 또다시 언급되면서 아파트값이 널뛰고 있다. 2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셋째주 세종시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0.97%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20% 가량 오르는 등 앞서 탄력을 받고 있었지만, 최근 불이 붙으며 호가가 억대 오르고 있다.
앞서 김태년 더불어 민주당 원내대표는 "행정수도의 완성은 국토 균형 발전과 지역의 혁신성장을 위한 대전제이자 필수 전략으로,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지난 20일 오전에 진행된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를 통해 밝히며 논의의 물꼬를 텄다.
집값 안정화를 언급하면서 김 원내대표는 "더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행정수도완성추진' 전담팀(TF)까지 결성되면서, 전날 첫 회의를 착수했다.
국회의원의 한마디 발언 이후 청와대와 국회를 이전하는 방안까지 언급되는 가운데, 세종시의 집값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모양새다. 세종시 아파트값은 올해들어 20%가 넘게 올랐고, 전세값도 두 자릿수 상승율을 기록했다. 세롬동의 더샵힐스테이트M4블록 98㎡ 아파트는 지난 4일 10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현재 12억5000만원 수준에 프리미엄이 형성되어 있다. 몇 주새 2억원 상당 오른 것이다. 인근 지역의 공인중개사는 "세종 집값이 오르는 건 행정수도 이전, 그것 밖에 없다"면서 "집주인들이 싹 매물을 거둬들였다가 뉴스를 보고 올려 내놓았다. 지금도 매수자들 반응을 보고 있는데, 몇년만 버티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속없는 행정수도 이전···혼란만 가중
주택 공급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정부의 발표 이후 집값이 오른 것은 이번 만이 아니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으로 주목을 받으며 서울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수서역 일대 호가가 올랐다. 다만 이러한 방안이 불발되면서 순식간에 열기가 빠져나갔다.
택지개발 논의가 추진 중인 태릉골프장과 인접한 지역도 마찬가지다. 경기 구리시는 갈매지구가 태릉골프장과 맞닿아 있어 아파트값 상승률이 전주 0.49%를 기록해, 전국에서 세종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선 15%가 넘는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행정수도 세종 이전과 관련된 논의 마저 나오며 혼란을 키웠다. 일각에선 이는 서울 집값 잡기에는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 아파트 수요가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로는 직장 접근성과 생활 인프라가 꼽힌다.
강남과 여의도, 광화문 등 도심지에 주요 기업과 시설이 집중됐고 교통망도 서울 쏠림 현상이 뚜렷한 상황에서, 청와대와 국회 등이 옮겨간다 해도 효과가 미미하다나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세종 집값과 서울 집값이 따로가 될 수도 있다"면서 "수도가 이전하면 기대감 때문에 세종 아파트값은 오르겠지만, 기업들은 대부분 서울에 있다. 서울 사람들이 세종으로 이동해 서울 집값이 떨어질 요인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이미 신뢰성을 잃었다. 청와대가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나온 이후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