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 캠핑’의 매력에 푹 빠진 대한민국 여행자들
평일 예약도 어려운 차박 전용 캠핑장 ‘북적’,소형·수입 SUV 시장도 ‘들썩’
차에서 잠자리를 청하고 시간과 일정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떠나고 싶은 곳으로 떠나고 머무르고 싶은 곳에서 머무르면 그만이다.
자동차가 서는 곳이 집 앞마당이다. 관광지가 아닌 곳곳의 속살을 볼 수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자신만의 공간이라는 안락함이 매력이다. 비록 호텔에 비해 숙소 면적이 비좁고 생활 편의 시설도 부족하지만 만족도만큼은 별 다섯 개짜리 호텔이 부럽지 않다.
이것이 바로 차에서 머무르고 잠을 자는 ‘차박 캠핑’의 매력이다.
호텔·카지노는 쪽박인데, 차박 여행지는 대박
캠핑에도 유행이 있다. 텐트를 치고 즐기는 ‘노지 캠핑’, 도구가 갖춰진 공간에서 즐기는 ‘글램핑’, 전기와 수도 시설 등이 갖춰진 곳에 텐트와 캠핑 용품을 챙겨 가는 ‘오토캠핑’ 등 시기별로 인기를 끌었던 다양한 캠핑이 존재한다.
올해는 어떨까. 대세는 단연 차박이다. 7월 30일 소셜 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 ‘#차박’을 검색하자 관련 게시물이 25만4177개가 검색된다.
바다·숲·계곡 등을 배경으로 자동차와 함께 설치된 텐트 앞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앉아 있는 사진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뒤 트렁크에 누워 이불 밖으로 발가락을 빼꼼히 내민 사진이 즐비하다.
마치 화보와 같은 사진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여유와 낭만이 느껴진다. 이러니 너도나도 차박, 차박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포털 사이트의 차박 커뮤니티 회원 수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3만7000명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1만7000명에 이른다.
사실 차박의 유래는 낚시인이나 등산객이 차에서 대충 쪽잠을 자는 데서 시작됐다. 그러다 일반 오토캠핑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떠나는 차박 마니아들이 생겨났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차박 마니아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관광공사가 SK텔레콤 빅데이터를 통해 2월부터 4월 말까지 국내 여행 패턴을 분석한 결과 캠핑장 수요는 전년 대비 전국 평균 73%나 급증했다.
강원도 영월(470%), 경상남도 함양(412%), 전라북도 군산(408%), 동해 양양(377%), 서해 서천(340%) 등 차박 명소로 알려진 곳들이 인기를 끌었다.
또한 차박 전용 오토캠핑장이 들어선 고산자연휴양림(전라권)과 밀양아리랑·함양 농월정(경남), 단양(충청) 소선암 등은 9월까지 평일 예약도 잡기 힘든 실정이다.
최근 제주도나 강원도 고성 등 일부 지방 호텔·리조트를 제외하고 국내 여행·호텔·카지노·레저 등 관광 산업 전반이 침체인 것과 대조적이다.
코로나19 위협에 국내 최대 워터파크인 에버랜드 캐리비안베이의 입장객 수가 전년 대비 5% 안팎에 불과하고 서울 시내 주요 특급 호텔들의 객실 점유율(OCC)도 10~20%대에 그치는 것과 달리 캠핑 수요는 날로 높아지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바뀐 여행 스타일은 여행 용품 소비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CJ대한통운이 최근 발간한 ‘일상생활 리포트 플러스’에 따르면 3~4월 여권 케이스와 비치웨어 물량은 각각 78%, 64% 줄었다.
매년 이맘때면 급증했던 수영 용품 수요도 77%나 감소했다. 반면 캠핑 필수품으로 꼽히는 차박용 매트 물량은 32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메프에 따르면 지난 4월 차박 캠핑 용품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텐트를 치지 않고 차량 내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차박 매트’는 무려 636% 증가했다. 차박 캠핑 시 차량 뒷좌석을 접어 잠자는 공간을 만드는데 이때 평탄화 작업을 위해 차박 매트를 사용한다.
공간을 더 넓게 활용하기 위해 차박 전용 텐트를 찾는 소비자들도 늘었다. ‘차박 텐트’ 매출은 133% 증가했다. 차량 트렁크와 간단하게 연결하는 형태의 텐트인 ‘도킹 텐트’는 지난 4월 한 달 동안 전달 대비 판매율이 608% 치솟았다.
‘차량용 냉장고’는 90%, 차량에 거치해 사용할 수 있는 ‘차량용 테이블’은 67%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