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기대감과 요금제 개편으로 주목받는 한국전력
1분기 유가 급락에 따른 비용 절감, 3분기 실적에 반영, 순자산배율 0.2배 수준 불과
유틸리티 섹터에 대한 대표적인 이미지는 방어주이지만 한국전력(이하 한전)은 그렇지 않다. 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원자재 가격 변동이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반면 전력 소매가격은 해당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비정상적 규제 환경에서 실적과 배당의 안정성이 낮기 때문이다.
한편 유틸리티 주식의 정체성인 안정성이 약해진 대신 변동성은 그에 반비례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특징이 있다. 비우호적 규제 환경이라는 틀에서 매크로 지표 변화로 나타나는 반등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한전을 대하는 좋은 접근 방법이다.
연간 실적 상승에 따른 배당 가능성도 매력적
한전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는 시점은 실적과 규제 이슈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실적이다. 유가는 5~6개월의 시차를 두고 영업 실적에 반영된다. 7월까지 액화천연가스(LNG) 연료비 단가의 변동이 크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8월부터는 1분기 유가 급락의 영향이 온전히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LNG 연료비 단가 하락은 계통 한계 가격(SMP)의 약세로 이어진다. 한전 구입 전력비의 구입 단가 역할을 하는 SMP가 하락하면 당연히 실적이 개선될 수밖에 없다. 원자력과 석탄발전소 이용률도 안정적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3분기는 원가 절감으로 전년 대비 유의미한 증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전환에 따른 환경 비용 증가 이슈는 향후에도 장기간에 걸쳐 지속될 수밖에 없다. 2021년에도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량(RPS) 비율 2%포인트 상향, 배출권 유상 할당 비율 7%포인트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로 제한해 보면 걱정하는 것보다는 상황이 좋아 보인다.
RPS 제도에서 의무 대상자가 되는 발전사들의 공급 인증서(REC) 구입비용은 한전이 보전해 준다. 최근 REC 가격 하락을 감안하면 보전비용이 생각보다 적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온실가스 배출권 관련 비용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에 따른 발전량 감소로 예상보다 낮은 증가율을 보일 수 있다. 연간 실적을 기준으로 지급될 배당에 대한 기대감도 부각될 수 있다.
규제 이슈 또한 우려를 희석할 상황이 펼쳐질 여지가 많다. 한전 이사회는 요금 체계 개편 방안을 2020년 상반기까지 인가받는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9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 발표 지연 등의 이슈로 요금제 개편안 발표도 올해 하반기로 연기됐지만 국가기후환경회의의 활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내용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국민 정책 제안을 통해 미세먼지 계절 관리제를 사실상 도입한 기구로, 올해는 미세먼지와 기후 변화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중·장기 정책에 중심을 두고 추진될 예정이다. 대표 과제 4개 부문 중 발전 부문의 주요 과제는 전기요금 합리화와 전력 수요 관리, 석탄 발전의 단계적 감축 등 국가 전원 믹스 개선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작년 계절 관리제 도입을 위해 시행한 여론 조사에서 친환경 에너지 확대, 전력 과소비 예방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찬성 47.3%, 보통 30.5%, 반대 22.2%를 기록했고 석탄발전소 감축에 따른 전기요금 추가 지불 의사도 찬성 51.1%, 보통 30.1%, 반대 18.8%를 기록했다. 올해 논의되는 중·장기 정책은 8월 권역별 토론회, 9월 대토론회 등의 절차를 거친 후 10월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다. 전력 정책의 개편 방향은 확실하고 8월 이후 논의 내용이 부각되는 과정에서 기대감이 제고될 수 있다.
그동안 기대하기는 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8월부터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한전의 주가는 주가순자산배율(PBR) 0.2배 미만에서 형성돼 밸류에이션 부담이 극히 낮아 보인다. 국제 유가 급등과 같은 실적에 부담이 될 이벤트가 현실화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연간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에 대한 기대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고 점진적 규제 개선이라는 긍정적 흐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