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혜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
양혜순 삼성전자 상무는 프로젝트 프리즘의 첫 제품인 ‘비스포크’를 시작으로 다양한 맞춤형 가전을 기획해 왔다. 양 상무는 냉장고의 핵심 ‘기능’과 ‘기술’에 집중하기보다 소비자들의 ‘취향’과 ‘식문화’를 깊이 있게 분석하는 데서 상품 기획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전 사업에 ‘프로젝트 프리즘’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지 1년이 지났다. 프로젝트 프리즘의 성과는 무엇인가.
“프로젝트 프리즘은 삼성전자가 생활 가전 사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한 사업 방향으로, 이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을 담아내는 맞춤형 가전 시대를 본격화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소비자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아 낼 수 있는 제품들을 선보이며 밀레니얼 소비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 혼수 가전의 대명사가 된 것 역시 큰 성과다. 첫 결과물이었던 비스포크 냉장고는 전체 냉장고 시장 성장을 견인하며 가전 사업의 매출과 손익에도 기여했다.”
신제품 출시에 앞서 소비자에게서 어떤 인사이트를 얻었나.
“냉장고는 식품을 보관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다. 하지만 식품 보관을 위한 온도 유지 기술에만 집중하기보다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식문화와 관련된 부분을 깊게 분석해 봤다. 최근 강화되고 있는 트렌드는 이전보다 음식에 대한 가치를 중시하고 이를 통해 오감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밥 한 끼도 가치 있게 즐기고 물과 음료 한잔도 건강하고 특별하게 마시는 것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최근 일상에서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정수기나 생수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또한 1~2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해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등으로 마트에서 대량으로 구매하던 식재료를 온라인에서 소량으로 자주 다양한 종류를 구매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냉장고도 한 개의 저장 공간에 많은 식품을 보관하는 개념이 아닌 자기 취향에 맞는 소량의 식재료를 조리 전까지 신선하게 보관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고 이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것이 뉴 셰프 컬렉션 냉장고의 ‘비스포크 수납존’이라고 할 수 있다.”
뉴 셰프 컬렉션의 커스터마이징을 위한 과제는 무엇이었나?
“이번 셰프 컬렉션은 소비자가 선택 가능한 조합이 총 150개에 달한다. 그중 내부 구조에 대해 설명하자면 상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195만여 개의 소비자 식품 구매 패턴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자주 구매·보관하는 식재료에 따라 최적화된 전문 보관 공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5가지 전문 보관을 위한 수납공간을 디자인했고 추후 변경할 수 있도록 별도 액세서리도 준비했다.
과일과 채소를 많이 보관하면 ‘베지 앤드 프루트’, 다양한 식재료와 가정 간편식(HMR)을 자주 이용한다면 ‘패밀리 앤드 쿡’, 음료나 와인 등의 주류를 즐긴다면 ‘와인 앤드 치즈’와 같은 솔루션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프리미엄 식재료의 구매가 증가하고 있어 전문 보관 기술이 적용된 별도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해 식재료별 최적 온도로 보관할 수 있는 셰프 멀티 팬트리 공간을 구현했다. 온도 대역을 확장하기 위해 상품 기획과 개발의 협업으로 다양한 방법을 구상했고 결과적으로 냉장고 안의 또 다른 전문 냉장고가 들어 있는 개념을 구현했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제품도 보편화되고 있다. 뉴 셰프 컬렉션은 어떤 럭셔리를 추구하고 어떻게 차별화했나?
“뉴 셰프 컬렉션을 통해 럭셔리에 젊은 감각을 불어넣어 다양한 세대에서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고급스러움을 이끌어 내고자 했다. 기존 럭셔리 시장이 전통·희소성·지위를 상징하는 과시 소비 등의 특징을 바탕으로 한 고가의 제품과 관련됐다면 셰프 컬렉션이 지향하는 뉴 럭셔리는 혁신적인 디자인, 자기를 나타낼 수 있는 유니크한 제품과 서비스에 기꺼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소비 트렌드를 기반으로 했으며 이는 구매력 높은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뉴 셰프 컬렉션의 5가지 색상 중 가장 좋아하는 색상은 무엇인가.
“삶의 공간을 보다 고귀하고 특별하게 만들어 주고 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희소성 있는 디자인을 구현하려고 온 힘을 쏟았다. 마레 블루, 세라 블랙, 혼드 메탈(네이비·베이지·라이트 실버) 등 다양한 색상이 있지만 이탈리아 베니스의 고요한 새벽 바다를 모티브로 해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마레 블루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세라 블랙은 자연의 질감과 특유의 편안함과 묵직함을 구현하기 위해 스페인 네오리스에서 삼성전자 셰프 컬렉션만을 위해 개발한 블랙 컬러의 세라믹이다. 혼드 메탈은 기존 스테인리스 스틸을 좋아하는 소비자를 위해 메탈 특유의 차가움과 무거움은 덜어내고 밀레니얼 감성의 컬러를 접목해 한층 젊은 감각을 표현했다.”
프로젝트 프리즘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생산 시스템에도 있다. ‘개인화’를 위한 ‘SCM’은 기존의 체계에서 어떻게 변화할까?
“대량 생산 시스템과는 완전히 차별되는 고객 중심의 맞춤형 주문, 제조 시스템을 구축했다. 모듈화와 맞춤형 제작에 걸맞은 시스템으로 변화를 줘 맞춤형 제품이지만 주문 후 고객 집까지 4일 만에 배송하는 목표로 하고 국내 가전업계 최초로 주문 후 생산(BTO : Built To Order)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위해 각 냉장고 높이를 통일하는 등 제품 생산에 있어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 모델은 재고를 확보해 두고 그 외의 모델은 고객이 주문한 후 제작하는 이원화 방식으로 진행되며 주문 번호에 따라 제품의 전 과정이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프로젝트 프리즘을 세 차례 기획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최근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제품이 있을 뿐 특정 브랜드에 집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반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갈수록 높고 세분화되다 보니 제품에 하나의 콘셉트로 묶어 내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다 깊이 소비자들을 이해하게 됐고 또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제품으로 해석해 내는 작업이 상당히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