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호텔의 격전지 된 해운대, 속도 내는 글로벌 호텔 체인의 서울 진출
롯데·신세계·한화 등은 투자 늘리고 몬드리안·페어몬트 한국에 첫선
하늘길이 막혀 외국인 관광객이 90% 급감했지만 호텔업계는 분주하다. 새롭게 문을 여는 호텔부터 리노베이션을 거쳐 재개장한 호텔까지 하나둘 개점 소식을 알리고 있다.
부산·제주·여수 등 국내 대표 관광지뿐만 아니라 서울·인천·판교까지 신규 호텔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호텔 수요는 주춤했지만 몇 년 전부터 준비해 온 신규 호텔의 개장을 미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롯데와 신세계가 차례로 5성급 호텔을 연 해운대는 럭셔리 호텔의 격전지로 떠올랐고 소피텔·페어몬트 등 글로벌 호텔 체인의 상위 브랜드 역시 국내 오픈을 예고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에 문을 연 롯데의 최상위 브랜드 시그니엘 부산과 신세계조선호텔의 독자 브랜드 그랜드조선은 불과 500m 떨어져 있다.
이들이 기존 해운대를 지키고 있던 파라다이스호텔·파크하얏트·웨스틴조선호텔 등과 함께 해운대 일대에서 특급 호텔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시그니엘 방문한 정용진, 벨메르 방문한 신동빈
시그니엘 부산이 지난 6월 문을 열면서 부산 내 럭셔리 호텔 경쟁이 본격화됐다. 시그니엘 부산은 해운대 랜드마크인 엘시티에 들어섰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시그니엘 서울의 성공에 비춰 볼 때 국내 시장이 럭셔리 호텔을 소화할 만큼 무르익어 가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관광 도시로서 부산의 향후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다”고 말했다.
이미 부산에 웨스틴조선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도 최근 ‘그랜드 조선 부산’의 개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 7월 개장이 목표였지만 7월 23일 부산 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그랜드 조선 부산 지하 주차장 일대가 침수되며 부득이하게 개장을 연기했다.
신세계조선호텔 관계자는 “폭우로 지하에 있던 기계실과 전기실이 침수되면서 복구를 위해 부득이하게 개장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랜드조선은 ‘레스케이프’ 이후 신세계조선호텔이 처음 선보인 독자 브랜드다.
제주 중문의 켄싱턴호텔 제주를 리모델링한 ‘그랜드 조선 제주’도 올해 12월 개장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롯데와 신세계 두 그룹 모두 호텔을 통해 거둬들이는 수익은 많지 않다. 오히려 호텔 사업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오너가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투자하는 사업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6월 시그니엘 부산 개관 행사에 참석한 뒤에도 2주 만에 다시 방문할 정도로 애착이 크다.
신 회장은 지난 3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수·합병(M&A)을 포함해 향후 5년간 현재의 2배인 전 세계 객실 3만 개를 확충하겠다”며 호텔업 확장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그랜드 조선 오픈을 앞두고 경쟁 호텔인 시그니엘 부산을 방문할 정도로 해운대 호텔 진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는 롯데나 신라에 비해 호텔 수가 적은 만큼 과감한 투자에 나서는 분위기다.
신세계는 올해 해운대와 제주도에 여는 그랜드 조선 외에도 서울 중구에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을 오픈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판교와 강남 호텔 오픈을 앞두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르네상스호텔’ 자리에 내년 상반기 새로운 호텔을 세운다.
판교역 현대백화점 맞은편 부지에도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와 합작해 신규 호텔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플라자호텔과 한화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역시 신규 호텔 대전에 참여했다. 한화호텔앤리조트는 전남 여수 웅천지구에 ‘벨메르 바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이하 벨메르)’를 선보였다.
지난 7월 문을 연 벨메르는 신동빈 회장 덕에 유명세를 탔다. 신 회장은 7월 27일 여수 출장에서 벨메르를 찾아 리조트를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이날 롯데케미칼 여수 제1공장과 여수시 국동 소재 롯데마트를 방문한 뒤 벨메르를 방문했다. 당초 정해진 계획이나 미팅은 없었지만 비공식적으로 경쟁사 호텔을 참관하는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