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부 제일 큰 죄, 구조 개혁에 입 닫아버린 것”
“우리 교육, 하향도 평준화도 아닌 자유낙하 중”, 부동산, ‘적과 적 문제’로 풀려 하니 안 돼”
지난 ‘4·15 총선’을 통해 정치에 입문한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서울 서초갑)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시절 ‘팩트 폭행러’로 불렸다. 칼럼 등을 통해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사실을 기반으로 핵심을 파고드는 비판을 해 이런 별칭이 붙었다. 각계각층의 오피니언 리더가 참여하는 한경 밀레니엄 포럼 회원인 윤 의원은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질문으로 포럼 초청 연사들을 진땀 흘리게 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나는 임차인입니다”라고 시작한 지난 7월 30일 국회 본회의 ‘5분 발언’이 화제가 된 것도 이런 ‘내공’ 때문일 것이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노동, 교육, 국가 부채, 행정수도 이전 등 광범위한 질문에 막힘없이 답했다. 마치 대선 주자급 정치인과 마주 앉은 느낌이었다.
정치에 입문한 동기는 무엇입니까.
“국회의원을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이전에도 비례대표 제의가 왔는데 단호하게 안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정부가 정치를 할 마음을 먹게 만들었습니다.”
‘5분 발언’이 화제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했습니까.
“전혀 아닙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자유 토론을 하라고 했어요. 자유 토론은 허공에 대고 얘기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당이 이 정책에 대해 이런 시각을 가졌다는 것을 기록하기 위해 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유튜브에서 막 퍼 나르고 화제가 돼 나도 깜짝 놀랐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너무 답답하게 여기던 부분을 긁어 줬기 때문일 겁니다. 내가 연설을 어떻게 잘할 수 있겠어요. 지난 총선 때 열흘 정도 유세한 경력밖에 없는데….”
연설이 끝나갈 무렵 손을 떤 것이 화제가 됐습니다.
“나도 몰랐는데 떨고 있더라고요. 창피해서 어떻게 할까 했죠. 말을 하다가 화가 나니까 열이 팔로 간 것 같아요. 나중에 유튜브를 보니 ‘저 사람 몸이 저렇게 부실한데 국회의원을 어떻게 하나’라는 반응도 있더라고요.”
정부의 ‘8·4 부동산 대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합니까.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에 공급하는 게 답인데, 이걸 자꾸 회피하니 대책이 나오지만 부작용에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5분 발언’이 왜 화제가 됐고 거기에 대해 여러 명이 공격했는데 반향을 못 일으켰습니다. 국민들은 부동산 문제는 ‘적과 적의 대립적 문제’로 풀면 안 되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고집을 부리고 있습니다. 한쪽 편은 피해자고 다른 편은 가해자라는 프레임으로 풀려고 하는데 국민들은 그게 아니라고 느끼고 있죠. 그 프레임으로 나를 공격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도 알고 있습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해야 시장이 유지되는데 임대인은 가해자니까 함부로 해야 된다고 하는 프레임으로 가면 해결되지 않고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알고 있는 겁니다.”
여권이 집값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부동산 문제가 터진 것은 문재인 정권 3년을 지나 보니 내 집 마련의 꿈과 기회가 점점 멀어지고 없어진다는 것에 대한 분노 때문입니다. 강남 등 특정 지역 문제 때문이 아닌데 목표를 엉뚱하게 잡고 있습니다.”
부동산 값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강남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 집값이 더 올라갈까봐 정부가 부담스러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교통난이 심해 지하철을 뚫으면 공사 중에는 도로가 더 막힙니다. 그러나 책임 있는 정부라면 뚫어야죠. 공사 중에 더 막히는 부분에 대해선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맞는 겁니다. 도로가 막히는 것은 한 집에 차 3대를 갖고 있는 나쁜 놈들 때문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진실이 아닙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예요. 국민들은 수요보다 공급이 적은 게 문제라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공급을 늘리는 과정에서 가격이 더 오를 수 있죠. 책임 있는 정부라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장기적으로 맞는 길로 가야 합니다. 그러나 자기네(여권)들이 집권하는 동안에는 꼭지를 꽉 잠가 놓겠다는 것인데 장기적으로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