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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치명타 맞은 항공업, ‘지각 변동’ 시작 / LCC, 코로나19,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항공업, 노재팬, 티웨이항공, 대한항공, 진에어

코로나19에 치명타 맞은 항공업…‘지각 변동’ 시작
아시아나 매각 ‘안갯속’·뿌리부터 흔들리는 LCC들…화물 수송·국내선으로 버텨

항공업계의 시계가 멈춰 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의 하늘길이 막히면서 전 세계를 오가던 비행기들은 격납고에 묶여 있는 처지가 됐다. 항공업은 특성상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비·인건비 등 고정비가 큰 산업이다.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데 매달 불어나는 고정비로 전 세계 항공업계는 이제 도산을 우려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이는 국내 항공사들도 마찬가지다. 급기야 항공업계의 인수·합병(M&A)도 삐걱거리고 있다. 이미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는 ‘없던 일’이 됐고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향방을 알 수 없게 됐다.

‘윈-윈’일까, ‘승자의 저주’일까. 지난해 큰 관심을 모았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2조5000억원에 인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정몽규 현산 회장이 ‘모빌리티 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해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 등을 모두 인수하는 ‘통매각’이었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계류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멈춰 서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급변하면서 매각에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현산이 4월 30일로 예정됐던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취득일을 삭제, 변경한 것을 시작으로 매각에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6월 초 채권단은 현산에 ‘이달 말까지 인수 의사를 밝혀야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내용 증명을 보냈다. 이에 현산은 7월 24일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지만 “인수 상황 재점검 절차에 착수하기 위해 8월 중순부터 12주간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에 대한 재실사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매매 계약 체결 당시와 현재 상황이 달라졌으니 인수 조건에 대해 재협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실사’ 재차 요구한 현산, “일단 만나서 대화하자”

이번 인수의 향방은 8월 12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은 현산 측에 8월 11일까지 인수 의지를 보이라는 ‘최후통첩’을 전했다. 8월 3일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통해 “현산이 7주간의 충분한 실사와 6개월간의 인수단 활동에도 12주의 재실사를 요구한 것은 통상적인 M&A 과정을 벗어난 과도한 것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인수 의지가 전제된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환경 분석,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대응책 마련 등 제한된 범위에 대해 논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산은은 현산에 8월 11일까지 조치를 요구하고 8월 12일부터 계약 해지 통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산은은 만약 M&A가 무산된다면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아래 두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최 부행장은 “아시아나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 요건을 충족한다며 유동성 지원과 영구채의 주식 전환 등을 통한 채권단 주도의 경영 관리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목표로 두고 시장 여건이 허락한다면 재매각을 추진해 제대로 된 인수 주체를 찾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국유화가 정답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산은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 36.9%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될 수 있다. 같은 날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최 부행장은 아시아나항공 국유화에 대해 “산은이 출자 전환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일부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국유화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산은의 관리 아래 둔다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말했다.


현산과 금호산업이 인수가 미뤄지는 것에 대해 책임 공방을 벌이며 평행선을 달리던 중, 현산이 재실사를 전제로 대면 협상을 제시하면서 물꼬가 틀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현산은 8월 9일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와 세계적인 항공사로서의 도약을 위해선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재실사를 위한 대면협상을 제안했다. 금호산업이 인수상황의 재점검의 당위성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서로 만나 이에 대한 협의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산이 제시한 안은 ‘양사 대표이사 간 재실사를 위한 대면 협상’이다. 원만한 인수 절차를 위해 일정 및 장소 등은 금호산업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대면 협상에 부정적이었던 현산이 태도를 바꾸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진전을 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현산 측이 여전히 ‘재실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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