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인수 포기한 제주항공
아시아나항공의 향방을 알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저비용 항공사(LCC)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가 무산되면서 이스타항공은 법정 관리를 고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 인수 경쟁에 참전해 고배를 마셨던 제주항공은 그 대신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섰다.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업계 빅3 자리를 굳히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7개월 만인 지난 7월 23일 인수 포기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이스타항공의 최대 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지분 51.17%를 695억원에 매매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항공사들이 ‘셧다운’에 돌입하면서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제주항공은 지난 3월 2일 예정보다 150억원 줄어든 545억원에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하고 주식 매매 계약(SPA)을 체결했다.
양 사는 일부 항공편을 공동 운항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악화로 이스타항공은 3월 9일 국제선 운항을, 3월 24일 국내선 운항을 중단했다. 운항이 전면 중단되면서 이스타항공의 경영 상황은 더더욱 악화됐다. 고정비 미지급금이 1700억원으로 불어났고 3월부터 지급하지 못한 직원들의 임금만 2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창업자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졌다.
결국 제주항공은 7월 23일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한 ‘이스타항공 주식 매매 계약’을 해제한다고 공시하며 인수 포기를 공식화했다. 제주항공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공시를 통해서는 “진술 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시정하지 않음)과 거래 종결 기한 도과(만기)로 인해 기체결한 주식 매매 계약을 해제했다”고 사유를 밝혔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이스타항공과 이스타홀딩스는 제주항공과 주식 매매 계약서상의 선행 조건을 완료했다”며 “제주항공은 계약을 해제할 권한이 없고 오히려 제주항공이 주식 매매 계약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은 ‘노딜’로 돌아갔지만 계약 해지 사유를 두고 양 측의 의견 차가 큰 만큼 법정 공방은 남아 있다. 향후 계약 보증금과 대여금 반환 소송, 계약 이행 청구 소송 등을 두고 양 사의 공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손을 뗀 것은 지난해부터 ‘노 재팬’ 여파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으며 LCC업계 전체가 생존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걱정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8월 5일 가장 먼저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제주항공의 영업 손실은 847억원으로 집계됐고 매출액은 360억원으로 전년 대비 88.5% 급감했다. 당기순손실은 832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LCC들은 유상 증자를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두 차례 유상 증자를 연기했던 제주항공은 8월 18~19일로 일반 공모 청약 일정을 다시 예고했다. 제주항공의 최대 주주인 AK홀딩스는 제주항공 유상 증자에 필요한 자금 724억원을 확보했다.
제주항공으로선 이번 유상 증자를 성공시켜야 하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앞서 티웨이항공의 유상 증자가 무산된 것도 불안을 더한다. 501억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추진하던 티웨이항공은 7월 29일 “일반 공모 청약을 앞두고 최대 주주의 청약 참여율이 저조했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유상 신주 발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진에어도 8월 5일 이사회를 열고 총 1092억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결의했다. 신주 1500만 주를 주당 7820원에 발행한다. 유상 증자가 완료되면 진에어의 전체 발행 주식은 3000만 주에서 4500만 주로 늘어나게 된다. 조달 자금은 회사 운영에 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