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스마트 오더로 주문하고 로봇이 서빙…레스토랑도 ‘비대면 시대’
사람을 대신해 로봇이 음식을 서빙하고 배달까지 해주는 풍경이 전혀 낯설지 않은 시대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7월 종업원과 굳이 마주칠 필요가 없는 비대면 레스토랑 ‘메리고키친’을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열었다.
이곳은 로봇이 서빙해 주는 ‘미래 식당’으로 유명하다. 스마트 오더, 자율주행 로봇 등 그동안 연구·개발(R&D) 테스트해 온 미래 식당의 최신 기술이 메리고키친에 집약돼 있어 우아한형제들의 ‘로봇 실험실’로 불린다. 로봇 식당이지만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로봇이 사람이 하기에 무겁고 힘든 음식 서빙을 맡고 사람은 로봇이 하지 못하는 조리와 테이블을 정리한다.
자율주행 로봇이 음식 서빙 ‘척척’
7월 22일 방문한 메리고키친에서 직접 음식을 주문해 봤다. 식당에 머무르는 동안 종업원의 도움을 받을 일은 없었다. 스마트폰에서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한 후 ‘배민 스마트 오더(QR)’를 이용해 음식을 주문했다.
6분쯤 지나니 벽 쪽에 설치된 모노레일을 타고 작은 로봇 두 대가 음료 두 잔과 샐러드를 싣고 주문자가 있는 정확한 자리에서 멈췄다. 로봇에서 음료와 샐러드를 꺼내는 일은 사람이 직접 해야 했다. 음료를 테이블에 옮겨 놓고 버튼을 누르니 로봇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윽고 서빙 로봇 ‘딜리플레이트’가 스테이크 접시를 싣고 와 테이블 앞에 멈춰 섰다. 이번에도 음식 접시를 테이블에 올려놓는 일은 사람이 해야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간 테이블을 정리하러 가는 직원과 로봇의 동선이 겹치는 순간도 있었지만 충돌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로봇이 장애물을 만나면 알아서 피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로봇 서빙을 경험해 보니 종업원과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생각보다 편했다. 사람이 서빙해 줬다면 일행과 대화를 나누다가도 음식이 나올 때마다 대화 흐름이 끊겼을 텐데 로봇 서빙 덕분에 대화를 계속 이어 갈 수 있었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 측면에서도 로봇 서빙은 만족스러웠다.
우아한형제들은 현재 딜리플레이트를 포함한 자율주행형 서빙 로봇 3종에 대해 렌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48곳 식당에 총 65대가 도입됐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서빙 로봇은 규모가 큰 대형 매장뿐만 아니라 업주가 혼자 운영하는 1인 매장에도 적합하다. 배달 주문을 받아 음식을 조리할 때 홀에 고객이 찾아오면 양쪽 모두 응대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바쁠 때는 고객에게 로봇만 보내면 된다”며 “로봇에 음식 접시를 실어 보내면 손님이 알아서 음식을 꺼내기 때문에 1인 매장 업주들에게 유용하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또 배달하는 라이더(배달원)도 서빙 로봇을 통해 배달 주문 음식을 받으면 식당 안쪽까지 들어오지 않아도 되므로 배달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이날 우아한형제들 사옥에서는 실내 자율주행 배달 로봇 ‘딜리타워’를 통한 배달 실험이 이어지고 있었다. 임직원들이 건물 18층에 있는 사내 카페에 음료나 간식을 주문하면 딜리타워가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과 회의실로 배달해 준다. 딜리타워는 카페의 주문 접수 시스템과 연동돼 있어 주문 내용이 스크린에 표시된다.
딜리타워는 엘리베이터를 스스로 호출하고 타고 내릴 수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 사람이 많으면 “저는 다음에 탈 게요”라고 말도 할 줄 안다. 딜리타워가 상용화되면 건물 안에 음식이나 물품을 배달하는 라이더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딜리타워를 건물 1층에 두면 라이더에게 배달된 물품을 받아 주문한 사람에게 전달해 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비대면 주문·배달을 선호하는 흐름과 라이더들의 배달 시간 단축과 동선 효율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우아한형제들이 사옥에서 시범 테스트를 해 본 결과 딜리타워를 이용하면 라이더의 배달 시간이 기존 대비 5~16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 로봇 기술이 더 고도화되면 식당뿐만 아니라 오피스·호텔 등 다양한 분야에 로봇이 적용될 수 있다. 실내 서빙 로봇 상용화에 이어 실내외 배달 로봇 상용화를 준비 중인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광교 앨리웨이에서 실내외 자율주행 배달 로봇 테스트를 시작했다.
지난해 건국대 서울캠퍼스에서 진행한 ‘딜리드라이브’ 테스트에 이어 이번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실내외 자율주행 배달 서비스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이미 상용화된 서빙 로봇보다 실외 자율주행 배달 로봇이 기술적 난이도가 훨씬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