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또한 요즘 현대인들은 즐기는 삶에 대해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쓰는 것, 즉 돈을 잘 쓰는 것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떻게 소비하는 것이 현명할까에 대한 질문에 그는 딱 잘라 말했다.
그는 “돈을 쓰는 것에 대한 고민은 부자가 된 뒤에 해도 늦지 않는다”라며 “돈을 벌 생각보다 쓸 생각을 먼저 하기 때문에 가난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최근 젊은 층의 트렌드로 떠오른 욜로(YOLO), 플렉스(FLEX), 워라밸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소확행, 미니멀 라이프 등도 마찬가지라고.
신용카드 등을 사용하면서 당장의 작은 행복을 위해 투자한다면 미래의 부채에 투자하는 것과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그 돈을 아껴 주식을 산다면 부채가 아닌 자산에 투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적당히 여행 다니고 즐기면서 사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부자, 돈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우리나라의 교육 또한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자산에 투자할 것이냐, 부채에 투자할 것이냐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직 싼 국내 주식… 30년 이상 장기 투자 필요”
존 리 대표는 주식 투자와 관련해 30년 이상 장기 투자의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투기 성향이 강한 단기 투자 대신 금융 투자로서 의미가 있는 장기 투자를 선호했다.
그는 투자할 종목을 고를 때 해당 기업의 경영진 자질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밝혔다. 기업의 실적과 별개로 경영진이 얼마나 투명하게 일을 하고 있는지, 능력은 있는지, 현명한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는 인터넷 검색부터 직접 관계자를 만나는 등 여러 채널로 정보를 수집해 투자처에 대한 기준을 세운다고 한다. 또 해당 기업의 잠재적 가치도 함께 들여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그는 ‘주식 투자’와 함께 ‘부자’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때문에 주식 투자를 시도한다면 외부 요인에 쉽게 흔들리는 국내 종목보다 해외 종목에 투자해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코로나19로 글로벌 증시가 강한 변동성을 보이자 많은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증시로 빠져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국내 주식 시장을 매력적인 시장으로 바라봤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좋은 시장은 다른 이들이 기피하는 시장이다. 국내 주식 시장은 현재 성장 정체기를 맞아 비교적 ‘할인’돼 있다. 실제 미국 애플 시가총액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시가총액보다 1.2배가량 많다. 애플의 실적이 국내 코스피, 코스닥에 상장한 모든 기업들의 실적 합산액 보다 낮은 게 분명한데도 말이다.
그는 이러한 요인을 토대로 국내 시장이 ‘베스트 마켓’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내 주식은 굉장히 싸다”며 “애플 주식을 한 주 살 수 있는 돈으로 국내 주식 여러 주를 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기금, 퇴직연금 등 잠자고 있는 돈이 1000조원 정도”라며 “유니콘 기업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하는데, 동학개미가 메말라 가는 땅에 펌프질을 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후 주식 시장에 뛰어든 많은 개인투자자들로 인해 국내 주식 시장의 생태계가 변화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주식 시장을 통해 자금을 유치한 다수의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게 되면 향후 조(兆) 단위로 돈을 버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예로 미국 시장을 언급하며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 창업을 하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주식 시장이 돼야 함을 다시 강조했다.
“적은 돈으로 어릴 때부터 펀드 시작하라”
존 리 대표는 적은 돈으로 꾸준히 분산 투자할 수 있는 펀드 투자를 추천했다. 커피 한 잔 값으로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펀드는 한 주에 400만원가량 하는 아마존 등의 기업에도 적은 돈으로 투자를 할 수 있다.
특히 그는 엄마들이 나서서 사교육을 줄인 뒤 그 돈을 주식에 투자하고,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금융 교육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 부모가 직접 펀드 상품 등에 가입해주고, 이후 아이들이 성장하면 용돈 등을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만일 아이가 공부에 대한 열의가 넘쳐 사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생기면 직접 투자 이익을 통해 그 비용을 내도록 하면 된다. 하지만 그는 아이가 스스로 학원비를 내는 대신 또 다른 투자를 시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가 자신의 이름으로 어릴 때부터 재산을 갖기 시작하면 추후 부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펀드 시장에서의 잇따른 사고는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키웠다. 아이들에게 이러한 사회의 부조리함부터 먼저 가르칠 필요성이 있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이 깊어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그는 미국처럼 경제사범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금융사기가 발생하면 연방수사국(FBI)이 나서 처리한다. 금융사기가 자본주의에 대한 믿음을 훼손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메이도프 폰지 사기를 예로 들며 천문학적인 벌금과 배상금, 그리고 형법이 내려진다고 소개했다.
그러한 주식 예찬론자 존봉준도 기피하는 투자 시장이 있다. 바로 선물옵션 시장이다. 그는 선물옵션 시장을 투자가 아닌 투기 시장으로 보고 있다. 그는 “선물 투자는 한 사람이 잃으면 다른 한 사람이 따는 구조”라며 “이는 사실상 투자가 아닌 투기”라고 지적했다.
존 리 대표는 투기 성향의 선물 투자, 단기 투자 대신 기업의 가치를 바라본 장기 투자를 선호한다. 그가 예전에 진행한 코리아펀드는 일부 종목에서 6000% 수익률을 기록하며 현재의 존봉준을 만든 원동력이 됐다. 그는 사교육 비용 등을 아껴 국내 주식이 저렴할 때 30년 이상의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당장 대한민국의 엄마들이 생각을 바꿔야 하고, 정부에서 금융 교육, 지원 등을 적극 장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보다 더 무섭고 치명적인 금융 문맹이라는 전염병이 휩쓸고 있는 현 상황을 재차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