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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회복기금의 핵심은 ‘기후변화 대응’
유럽연합(EU) 정상들은 7월 21일 EU 회복기금에 합의했다. 나흘간의 회담 끝에 27개 회원국은 7500억 유로(약 1040조7000억원)의 회복기금 중 3900억 유로(약 541조1000억원)는 보조금으로, 나머지는 대출로 지원하는 데 합의했다. 금융 위기 이후 재정 위기에 빠진 유로존은 재정 긴축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EU 회복기금으로 유로존의 재정 지출과 투자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U 회복기금이 추구하는 투자의 핵심 중 하나는 ‘기후 변화 대응’이다. EU 집행위원회는 회복기금 7500억 유로 중 5600억 유로(약 777조원)를 기후 변화 대응과 디지털화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은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했는데 지난 10년간 미국의 소프트웨어 중심 기술 기업들에 성장 주도권을 빼앗긴 유로존은 기후 변화 대응 관련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차기 헤게모니를 쥐기 위해 유럽 리더십은 기후 변화 대응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작년 유럽의 권력 지형이 대거 교체된 후 유럽의회는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했고 EU 집행위원회는 기후 변화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으며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기후 변화 대응을 ECB의 우선 과제로 선언한 바 있다.
에너지(신재생에너지), 산업(탄소배출권, 저탄소 생산 기술), 교통·운송(친환경 자동차, 수소 대중교통 시스템) 분야에서 정책 지원이 예상된다. 관련 업종의 비중이 높은 유로존 주식의 장기 수혜를 예상한다. EU 회복기금으로 EU 집행위원회의 정책 추진력이 높아지고 대규모의 투자가 집행되면서 경제 성장 기대와 함께 유로존 기업들의 이익 증가 기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성장 동력은 기후 변화 대응 산업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정책 대응이 늦어진 미국에서도 기후 변화 대응은 주요 과제다. 바이든 후보는 기후 변화 대응을 주요 경제 정책으로 내세웠다. 지난해 1조7000억 달러(약 2037조3000억원)의 기후 변화 대응 예산을 설정하겠다고 했던 바이든 후보는 2조 달러(약 2396조4000억원)로 금액을 높였다. 땜질식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하지 않고 기후 변화를 역사적 기회로 삼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동안 민주당 진보 진영에서 기후 변화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바이든 후보는 보다 전향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2035년까지 전력 생산에서 탄소 배출을 없애고 전기자동차와 탄소 배출 없는 대중교통, 도로와 교량 등 인프라 등에 투자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하면서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을 통해 충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기술 기업으로 인해 없어지는 일자리가 생기는 일자리보다 더 많은 상황에서 코로나19는 전통적인 일자리를 더 빠르게 사라지게 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고용 창출을 위해 새로운 산업을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자사주 매입과 경쟁 기업 인수 제한 등의 조치를 통해 IT에서 기후 변화 대응 산업으로 성장 동력을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2000년대는 중국 중심의 신흥 시장, 2010년대는 미국 기술 기업들이 성장주였다면 2020년대의 성장은 기술 기업과 함께 기후 변화 대응 산업인 전통 산업이 성장 동력의 양 축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