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인덱스' 하락, 달러를 살까? 금을 살까?
EU 회복기금 조성 유로화 강세, 달러 유동성 과잉공급+코로나 재확산에 발목 잡혀
미국 달러화 가치가 지속 하락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재확산으로 불확실성 증가하고, 미국 정부의 경기 침체 회복을 위한 무제한 유동성 완화정책 등으로 달러화가 시장에 과잉공급된 영향이다.
반면 금과 유로화의 상대적 가치는 상승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 인덱스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비교적 저렴한 달러 투자에 대한 분위기가 조성 중이다.
인베스팅 닷컴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난 3월19일(현지 시간) 종가 기준 달러 인덱스는 102.99로 연중 최고치에 달했다. 이후 시장에 달러가 풀리고 코로나19가 재확산 됨에 따라 8월17일 종가 기준 달러 인덱스는 92.82를 기록하여 5개월 만에 10.17포인트(9.87%) 하락하여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달러 인덱스는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6개국 통화는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크로네, 프랑 등이며, 각 통화의 비중은 그 국가의 경제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기준지표는 1973년 3월의 인덱스를 100으로 현재의 가치가 어떠한지 알려준다.
달러 인덱스의 하락은 일정 시점에서의 달러 가치의 하락을 말하며, 상대 화폐 가치의 상승을 의미하므로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환차에 의한 손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민첩하게 대응해야 환율 변동에 따른 손해를 헤지할 수 있다.
일반적인 경기 상황에서는 달러 인덱스가 하락하면 안전자산인 금과 주요 신흥국 통화가 상대적인 상승 탄력을 받는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글로벌 국가에 재확산되는 현 상황에서는 바이러스 확산과 경기 회복이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바이러스 전파가 통제되지 않는 신흥국 통화 가치는 큰 하락 양상을 보이는 점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예를 들면 지난 7월 달러 인덱스는 4% 하락하며 10년래 최대 낙폭을 기록한 후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브라질과 터키,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5개국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상위 5개국에 랭크되어 동기간에 급락 현상을 보였다. 브라질 헤알화는 연초 달러 대비 27% 하락했고 남아공의 랜드화는 20%의 낙폭을 기록했다. 또한 동기간 터키 리라화는 달러 대비 20% 급락, 러시아 루불화는 15%, 인도 루피화는 5% 수준으로 각각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신흥국들은 앞으로 통화 가치 하락은 물론 상당기간 경제 펀더멘털에 보다 심각한 어려움을 당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로화 강세, 금 가격 재반등
최근 달러 인덱스의 지속 하락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유로화는 강세를 나타내고, 국제 금 가격은 일시 조정후 재반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모닝스타 기준에 의한 유로 대 달러의 환율 변동 추이를 보면 8월17일 종가 기준으로 1유로당 1.1866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 8월5일 종가 기준 1유로당 1.8800달러인 연중 최고치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지난 3월20일 환율은 종가 기준 1유로당 1.0728달러를 기록했으므로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5개월 만에 1.138달러(10.60%) 하락한 셈이다.
달러화와 함께 안전자산으로 각광받는 대체재인 국제 금 가격은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8월17일 종가 기준 온스당 1985.0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8월6일 연중 최고가인 2051.50달러 대비 온스당 66.50달러 하락하며 일시 조정기를 가졌으나, 최근 금 가격은 8월11일 이후 다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화의 움직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달러 환율은 코로나19의 발생 초기인 지난 3월19일 종가 기준 달러 당 1280.00원까지 상승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원달러 환율은 국내 코로나19의 진정과 증시의 활황에 힘입어 경제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며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지난 8월17일 종가 기준 달러당 1187.50원을 기록하며 5개월 만에 달러당 92.50원(7.22%)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원화 가치의 상승세를 나타내므로 대 달러에 대한 강세 현상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달러화의 추세적 하락 현상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코로나19의 글로벌 재확산 현실화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대를 꼽을 수 있다. 또한 미 정부가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달러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여 달러 가치의 하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시장에서 달러 인덱스의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달러 인덱스 하락은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전세계의 국가들이 동시적으로 유동성 완화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유동성 과잉공급으로 나타난 현상” 이라며 “달러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함과 동시에 물량 과다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마저 있으므로 유로화나 금 등에 투자하여 위험을 헤지하거나 안전자산으로 대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이코노미스트는 “美 달러 인덱스의 하락 원인은 먼저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미 정부의 유동성 완화정책으로 달러 유동성이 과잉공급되고 있는 점과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유로화 강세 영향을 꼽을 수 있다”면서 “미국은 여러 차례 추가 부양정책을 실시했고 5차 부양정책은 아직 의회에서 타결이 안 되어 불확실성이 높은 반면, 유럽연합은 경제회복기금 조성을 타결하여 펀더멘탈에서 안정성을 확보한 점이 결정적인 유로화 강세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현재 코로나19 백신이 조기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 연준(Fed)의 시장회복을 위한 추가 유동성 공급 의지는 달러화 상승 분위기를 훼손하지 않고 있으며 달러 인덱스 하락에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김 이코노미스트는 “미 달러화의 약세 현상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원화 가치 상승)에는 제한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고, 미중 무역갈등과 지정학적 갈등 등이 계속 살아있는 점이 원달러 환율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달러화의 약세 현상은 원화 보유자들에게 투자기회이기도 하지만, 달러화에 대한 투자를 고려한다면 안전자산에 분산투자하는 비중으로 투자하고 오히려 달러보다는 금에 투자하는 것이 변동성을 헤지하는 수단으로 더 유효할 것으로 본다”고 조언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유로화가 달러화 대비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며 상승하여 달러 인덱스가 하락했다”면서 “유로화 강세 이유는 유럽연합 내에서 코로나19 회복기금이 조성되어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고, 이전 유로화 절하 폭이 컷던 만큼 반등세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달러화 약세의 영향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시장 전반으로 퍼지지 않은 것은 브라질-터키 등 국가는 재정건전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고, 코로나19가 글로벌 국가에서 재확산되고 있어서 달러 약세로 인한 패시브 투자자금이 안 들어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이 연구원은 “달러 약세의 반사이익은 신흥국 통화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면서 “달러약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가 활황인 것은 미국은 GDP의 70% 정도가 내수 비중이고 대외 교역에 의한 비중이 낮아 환율과 연관성이 크지 않고, 특히 증시 상승을 주도하는 4차산업 관련주는 달러 하락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달러화의 반등 조건으로는 유로화와 엔화의 약세 전환이 안 되면 유의미한 상황으로 전환되기 어렵고, 달러 인덱스는 코로나19가 신속하게 진정되지 않는 한 당분간 우하향 곡선으로 횡보할 것” 이라며 “하반기 중에 달러화에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는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과 수출이 크게 개선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크게 상승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므로 투자 방향성을 크게 바꾸지 말고 안전자산에 분산투자하는 수준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