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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슈트와 어닝쇼크 / 코로나19, 팬데믹, 미중무역갈등완화, 제로금리, 중앙은행, 어닝서프라이즈, 재테크, 금융위기, 경제성장률, 경기침체, 한국은행, 분기 영업이익, 긴급재난지원금

그린슈트와 어닝쇼크

원인과 결과가 분명한 경제 상황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사람들은 배고픔을 참을 수 없다고 호소한다. 자꾸 배가 고픈 이유는 뭘까? 먹어도 먹어도 계속 배고픈 이유가 무엇일까? 위가 커서 그걸 채우려고 그러는 것이 절대 아니다. 우리 몸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고 에너지를 만들어 사용하려면 필요한 무엇인가가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원재료 즉, 비타민과 미네랄 같은 영양소들이다. 필요한 영양소와 환경만 제공해주면 우리 몸은 건강하게 작동된다. 그야말로 간단하다. 몸이 비타민이나 미네랄을 필요로 할 때, 즉 영양소 보충이 필요할 때 우리 몸은 뇌에 신호를 보낸다. 신호는 한 가지밖에 없다. 바로 ‘배고픔’이다. 음식을 섭취해서 영양소를 공급해 달라는 신호다.

그럴 때 우리는 비타민이나 미네랄을 공급해 주지 않고 쓸데없는 칼로리만 제공해 준다. 현대인의 식습관이 그렇다. 아침에 시리얼이나 토스트에 우유 한 잔 마시고 점심에 짜장면이나 김밥, 햄버거로 때우고 저녁에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면 필요한 비타민이나 미네랄을 흡수할 시간이 언제 있었을까? 진짜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식품첨가물로 만들어진 음식과 유사한 정체불명의 물질을 먹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또 배고프다는 신호가 올 수밖에 없다.

경제도 이와 같은 이치이다. 원인과 결과가 분명하다.


코로나19와 ‘그린슈트’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경제수장들은 ‘불확실성’을 입에 달고 있으며 투자자들도 ‘불확실성’에 갈팡질팡한다. 올해 초만 해도 미중 무역 갈등 완화 등 훈풍에 힘입어 세계 경제를 비롯해 한국 경제도 점진적 회복으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심지어 코로나19가 시작된 올해 2월만 해도 감염사태 진정을 조심스럽게 내다보며 성장세의 일시적 위축에서 벗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올해 3월 들어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코로나19’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이런 전망은 한 번에 뒤집혔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수준으로 제로금리를 단행했고 한국도 유례없는 제로금리(0.75%) 시대를 열었다. 그만큼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는 경제에 대한 ‘자신감’으로 통한다. 경제 상황을 대내외에 드러낼 수 있는 상징적인 지표이데 이것의 수준이 낮아진다는 것은 우려가 짙어진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라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1분기 주요국의 성장률은 뒷걸음치고 한국도 예외 없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하는 2분기 이후를 더 우려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유례가 없는 ‘긴급재난지원금’이란 소비 촉진책까지 정부는 꺼내 들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만 해도 ‘그린슈트(Grren Shoots)’가 부상하는 듯했다. 대내외 악재를 딛고 경제가 회복할 것이란 시그널을 여기저기서 보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2019년(2.0%) 대비 2020년(2.3%)과 2021(2.4%)로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IMF에서는 세계 경제가 2019년 3.0%에서 2020년 3.4%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이 시점 미국 JP모건 등 6개 투자은행이 전망한 세계 경제 성장률 평균도 2019년 3.1%에서 2020년 3.3%를 제시하는 등 대체로 회복세에 방점을 찍었다.

그린슈트는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에서 봄 새싹이 돋아나듯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을 가리키는 말이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2009년 3월 “최악의 경기침체는 올해 말 끝날 것으로 보인다. 경제 곳곳에서 그린슈트가 이미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라고 방송에서 언급하면서 널리 퍼졌다. 보다 앞서 그린슈트는 1990년대 초 경기침체기 때 노먼 래리 영국 재무장관이 처음 사용했다. 그린슈트는 경제가 곤두박질친 상황에서 한두 가지 지표가 호전될 경우 쓰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서 벗어날 것으로 진단하면서 그린슈트를 언급한 바 있다.


어닝쇼크의 현실화

코로나19발 악재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에 먹구름이 끼면서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도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어닝쇼크(Earning Shock)’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주요 상장 기업들이 1분기 실적이 반 토막 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빅3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두 자릿수로 크게 감소하는 등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항공과 여행업계도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으며 어닝쇼크를 면치 못했다.

어닝쇼크는 기업이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저조한 실적을 발표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일커는 말이다. 어닝서프라이즈(Earnings Surprise: 전망치 이상의 호실적)와 반대 개념이다. 어닝쇼크 용어 자체가 가진 의미는 실적이 예상치보다 높거나 낮은 두 가지 경우 모두를 나타낼 수 있지만, 통상 쇼크의 의미가 나쁜 것을 나타내는 의미로 사용하기 때문에 어닝쇼크는 실적이 예상치보다 낮은 경우를 가리킨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감염증 위기가 소비와 경제 심리를 급속하게 얼어붙게 만들면서 경기 반등을 예상하는데 전문가들은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린슈트를 소망하지만, 현실은 어닝쇼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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