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이제 비재무적인, 복지 관련 질문을 하겠다. 뜻 맞는 은퇴자들끼리 타운을 만들어 사는 ‘테마 빌리지’ 같은 건 어떤가?
‘테마 빌리지’는 은퇴한 개인이 혼자서 조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로 조합을 구성하는 등 공동체 단위로 추진한다. 우리나라보다는 주로 서구에서 적극적인 공동 주거 시설을 조성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핀란드의 ‘로푸키리’가 보기다.
친구 네 사람이 주도한 타운인데 협동조합을 설립한 다음 출자금을 모으고 58가구가 살 수 있는 7층 아파트를 세웠다. 노인 친화적 설계와 디자인이 돋보이는 건물이다. 이 곳은 식사와 청소, 빨래 등 모든 가사 활동을 스스로 협동해서 해결한다. 공동생활 규칙으로 정해져 있다. 어디에 의존하는 대신 능동적 공동체를 결성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만족도도 높았다. 2008~2009년에는 불황으로 핀란드 국민의 자살률이 높았는데 이곳에서는 단 한 건의 자살도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교외의 택지를 공동으로 분양받아 테마 빌리지를 조성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는 더 본격화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국 은퇴자들의 복지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선진국과 비교해 건강보험은 월등히 높은 복지 혜택 안에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다만 국민연금이 아쉽다. 국민연금은 처음 설계할 때에는 적게 내고 많이 가져가는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이런 방식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됐다. 이후 더 많이 내고 더 적게 가져가는 식으로 조정됐다. 지급 시기도 늦춰졌다. 납부와 수령 체계가 바뀐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국민의 불만과 불신이 높아졌다. 그리고 지급액 자체가 노후 생활비에 많이 못 미치기 대문에 ‘용돈 ‘연금’이라는 말까지도 나온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수익성이 민간연금보다는 훨씬 더 크다. 우리는 국민연금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은 내는 돈이 적을수록 수익성이 더 높다. 서민을 배려하는 사회보장적 성격이 들어간 공적 연금이기 때문이다.
평소 생활 속에서 예비 은퇴자들이 준비해야 하는 점들이 있다면?
은퇴 이후를 위해 반드시 챙겨야 할 준비물 다섯 가지를 실천하기 바란다. 다섯 가지는 돈, 친구, 시간표, 건강검진표, 일이다. 매일 한 날짜에 꼬박꼬박 돈이 들어오는 현금흐름, 죽을 때까지 함께할 친구, 은퇴 후 남아도는 시간에 대한 철저한 관리, 매년 1회 이상 정기적인 건강검진, 그리고 직장보다 중요한 직업이다.
은퇴 생활은 실로 다양하다. 누가 어떻게 하라고 가르쳐주지도 않았지만, 각자의 삶을 만들어 가는 사람도 많다. 퇴직 후의 삶에도 이렇다 할 일정한 공식은 없다. 다만 몇 가지 준비물이 있을 뿐이다. 다섯 가지 준비물을 준비하고 완성품을 빚어내는 일은 은퇴설계자의 몫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의 예비 은퇴자들에게 더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100세 시대는 우리에게 현실이다. 올바르고 전인적인 은퇴 설계를 시작하자. 그 출발은 비교적 단순하다. 은퇴 후 내가 어떤 삶을 살지 구체적인 이미지로 그려내면 된다. 여기에는 재무 영역과 더불어 비재무 영역의 설계가 포함돼야 한다. 또 자신이 그 새로운 삶을 누리며 가족과 사회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자조감이 뒷받침돼야 한다. 은퇴 설계에 있어서 부정적 환경의 노예가 돼서는 안 된다.
돌파구를 찾는 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이렇게 긍정적 자아상이 확립된 가운데 은퇴의 비전과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전인적 은퇴 설계의 문을 열기 바란다.
